전기차 충전소 지하에 ‘속속’…화재 대비는 ‘무방비’
- 작성일2022/11/16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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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전기차 충전소 지하에 ‘속속’…화재 대비는 ‘무방비’ (kbs.co.kr) 손준수 기자 handsome@kbs.co.kr
지난달 발생한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는 두 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지하'와 '리튬이온'입니다. 화재 원인으로 리튬이온 배터리가 지목됐습니다.
문제는 리튬이온 배터리에 불이 나면 잘 꺼지지 않는다는 겁니다. 지하에서 발생한 화재여서 진압에도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에서 나타난 특징들이 우리 주변에서도 쉽게 찾아 볼 수 있습니다. 바로 지하주차장에 있는 '전기차 충전기'입니다.
■ 잘 꺼지지 않는 전기차 화재...최고 1,000도까지 상승
2톤 이상의 무게를 가진 전기차를 움직이기 위해 전기 에너지가 많이 필요합니다. 이 과정에서 전기차의 핵심인 리튬이온 배터리에는
뜨거운 열이 발생합니다. 달궈진 배터리가 외부 충격이나 내부 압력, 결함 등의 영향을 받게 된다면 폭발하거나 화재로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전문가들은 불이 나면 배터리 온도가 1,000도까지 상승하고, 재발화 문제 등이 있어서 일반 소화기로는 진압이 어렵다고 말합니다.
송창영 광주대 방재안전학과 교수는 "미국에서 전기차 1대의 화재를 진압하기 위해 10,000리터의 소화수를 사용한 사례가 있다"며,
"이는 일반 내연기관 차량 화재에 필요한 양보다 10배 이상"이라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6월에 남해고속도로에서 전기차 화재가 있었는데, 완전 진화까지 7시간이 걸렸습니다. 이렇게 불을 끄기 어렵다 보니,
소방청과 각 시·도 소방본부도 전기차 화재 대응 지침을 만들고 관련 장비 확보와 함께 진화 방법도 연구하고 있습니다.
■ 불 끄기 어려운데...충전기는 화재 진압이 어려운 지하로
전기차 보급과 더불어 충전시설도 늘고 있습니다. 이제는 관공서는 물론 아파트 주차장에도 전기차 충전기가 세워진 것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문제는 충전기가 화재 진압이 어려운 지하에 주로 생기고 있다는 것입니다.
지하주차장은 지상보다 공간이 밀폐되고 소방차의 진입이 어렵습니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전기차 화재는 진압에 많은 물이 필요하고,
시간도 오래 걸립니다. 게다가 지하주차장은 지상보다 질식의 위험이 크기 때문에 대형 재난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하지만 전기차 충전시설 화재에 대비할 수 있는 관련 법령이나 방재시설 규정은 아직 없습니다.
이에 대해 송창영 교수는 "야구 선수도 있고, 심판도 있고 지금 경기를 하고 있는데, 정작 야구 경기를 진행할 수 있는 법 자체가 없다"며,
"전기차 충전시설을 최대한 지상에 지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소방당국도 이 점을 파악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다음과 같이 3가지 권고 사항을 참고해 충전기를 설치할 것을 요청했습니다.
또 현재 관련 법률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탄소 중립 시대로 접어들면서 전기차의 보급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등록된 전기차는 올해 8월 기준으로 32만 8천 대입니다.
전기차가 늘어나는 만큼 관련 화재도 해마다 2배씩 증가하면서 최근 5년간 62건이 발생했습니다. 앞으로 전기차 보급이 늘어나는 만큼 철저한 대비도 필요해 보입니다.